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겁니다. 내가 읽은 소설 속 장소를 직접 걸어보고, 주인공이 머물렀던 공간에서 그 여운을 느껴보는 것. 최근 이런 독특한 여행 형태인 ‘북 투어리즘(Book Tourism)’이 주목받고 있습니다. 문학 작품의 배경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,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작품과 공간이 연결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. 이 글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장소를 시작으로,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문학 작품의 배경지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.
1 -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속 장소
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입니다. 그의 소설은 독특한 분위기와 상징성, 그리고 실재하는 장소들이 결합되며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. 이런 특성 덕분에 하루키 팬들 사이에서는 소설 속 장소를 따라가는 북 투어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.
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『노르웨이의 숲』의 배경이 된 도쿄 외곽의 와세다대학 근처입니다. 주인공 와타나베가 대학 생활을 했던 배경지로, 작가 본인의 경험이 반영된 장소이기도 합니다. 지금도 와세다대 캠퍼스는 조용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작품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.
또 다른 중요한 장소는 『해변의 카프카』에 등장하는 시코쿠의 다카마츠입니다. 주인공이 도망치듯 도착하는 이 도시는 실제로도 조용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. 특히 ‘고마츠 도서관’은 소설 속 이미지와 맞물려 하루키 팬들에게 성지로 여겨지고 있습니다.
『1Q84』 속 도쿄의 요요기 공원도 하루키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입니다. 이곳은 현실과 비현실이 혼재된 공간으로 자주 묘사되며, 실제로 걷다 보면 도시의 복잡함 속에서 순간적인 고요를 느낄 수 있습니다. 이러한 장소들은 단순한 배경 그 이상으로, 하루키의 세계관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해주는 창구가 됩니다.
2 - 유명한 문학 작품의 배경지 탐방
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문학 작품들은 많은 독자들에게 여행의 영감을 제공합니다. 그중에서도 북 투어리즘의 성지로 불리는 곳들이 몇 군데 있습니다.
첫 번째는 잉글랜드의 호수 지구(Lake District)입니다. 이곳은 19세기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가 사랑한 장소로, 그의 시 대부분이 이 지역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습니다. 지금도 워즈워스의 생가와 그의 산책로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코스가 마련되어 있어 고요한 자연과 문학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.
또 하나의 대표 장소는 프랑스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(Shakespeare and Company) 서점입니다. 헤밍웨이, 피츠제럴드, 조이스 등 수많은 작가들이 머물렀던 이곳은 단순한 서점을 넘어 하나의 문학 유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. 지금도 작가 지망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어, 책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에게는 빠질 수 없는 명소입니다.
미국으로 시선을 돌리면,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의 그레이트 넥(Great Neck)은 『위대한 개츠비』의 배경이 된 지역입니다. 실제로 작가 F.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곳에서 거주하며 작품을 썼고, 작품 속 이스트 에그와 웨스트 에그의 모델이 된 장소이기도 합니다. 현대에도 당시의 분위기를 간직한 저택과 부촌의 모습을 볼 수 있어, 개츠비의 허망하고도 찬란한 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.
3 - 작품과 장소의 연결점 소개
문학 작품의 배경지를 직접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‘책 속 장소를 보러 가는 여행’ 그 이상입니다. 작품 속에서 묘사된 장소와 실제 공간의 분위기를 비교하면서 작가가 어떤 감정과 메시지를 전하려 했는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.
예를 들어,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도쿄는 언제나 어딘가 허무하고 고립된 도시로 묘사됩니다. 이를 직접 걸으며 그 도시의 조용한 골목이나 커피숍을 지나가 보면, ‘왜 하루키가 이 장소를 택했는가’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.
또한 『안나 카레니나』의 배경이 되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차가운 궁정과 거리 속에 깃든 주인공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드러내 줍니다. 실제로 방문하면, 책에서 느낀 감정이 공간과 겹치며 한층 깊은 몰입감을 제공합니다.
이처럼 북 투어리즘은 단순히 유명 장소를 ‘체크’하는 관광이 아니라, 문학적 감정과 장소의 물리적 체험이 결합된 경험입니다. 책 속에서 상상했던 장면을 실제로 눈앞에 마주하는 순간, 그 감동은 오롯이 나만의 것으로 남게 됩니다.
결론: 문학 속을 거니는 낭만적인 여행
북 투어리즘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떠나고 싶은 여행입니다. 하루키의 도쿄부터 파리의 고서점, 뉴욕의 개츠비 공간까지—문학은 단지 읽는 것이 아니라, 직접 걷고 느끼는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. 당신이 사랑한 문학 속 그 장소, 지금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?